본문 바로가기

행위

* iPhone 4



 지난 금요일 딸이 왔다가 오늘 저녁에 갔다.  
1학기 내내 집에 한 번도 안 온 딸이 온 것은 편도선에 하얀 백태가 끼는 것의 수술 예약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예약하려니 직접 와야 한다는 거였다. 겨울 방학 때, 일정을 못 맞춰 미루는 바람에 상당한 불편을 감수했던 터였다. 
 모든 사물에 긍정과 부정의 모습이 같이 하듯 딸이 오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먼저 좋은 점은 먹는 게 달라진다는 거다. 아들과 둘이 있으면, 아들은 거의 아침을 안 먹고 나가고 집에 인스턴트 식품이 주를 이룬다. 채마밭(채소밭)에서 싱싱한 상추와 파를 얻는 것 외에 신선한 것이 거의 없었다.

 딸이 콩나물 무침과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카레, 멸치볶음, 애호박 부침 등을 해놓고 가면서 오빠는 반찬을 해서 아빠도 드리고 하지 않고, 아침 안 먹고 가는 게 뭐냐! 라고 야단을 한다. 내가 그랬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현민아, 너 학교 가지 말고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반찬 하면 좋겠다. 그러려무나!'
돌아오는 답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딸이 여름 방학하는 6월에 스마트 폰을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딸에게 아빠의 뜻을 밝혔더니 
  '아직 저 캡처 폰 써도 돼요. 괜찮아요.'
했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까 오빠는 자기 차를 뽑았지. 아빠가 조금 나아진 것 같이 보였나 보다. 사실, 이달에 목돈이 조금 들어왔기에 코 묻은 돈으로 주던 용돈을 100만 원을 확~ 쏘아 버렸다.
 딸이 저 돈 필요 없어요. 하고 답을 했지만, 세상에 돈 필요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어떻게 쓰느냐는 각 개인의 훈련이 필요하고 인생에서 민감한 문제이지만. 내가 돈에 관한 한 확고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고, 유용한 수단으로서 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 포석이었다. 조금 형편이 돌면 한 번에 200만 원, 300만 원도 용돈으로 줄 생각이다. 딸에게 짐짓 큰소리쳤다. 
 "여느 아빠가 너희가 필요한 것을 말하기 전에 헤아려서 먼저 해 주려고 노력하느냐?"라고 말이다. 어느 글에서 밝혔듯, 아들, 딸이 대대손손 물려줄 한옥을 지어놓고 세상 떠나는 것이 꿈이다. 

 
 물론, 일정 기간과 일정 범위에서는 어떻게 쓰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만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론으로는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실제 그런 경험을 해 볼 기회를 주는 서민 부모는 많지 않다. 나는 아이들이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아한다. 유치원 때부터 '공부하라! 는 말은 않고, 잘 놀다 와라!'라는 말을 입에 달았지만, 현민인 평균. 4.0~4.15를 확보할 만큼 열심히 한다. 이번에 그랬다. 공부 잘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직할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인수하고 회사를 직접 경영하든가 그보다 나은 꿈을 갖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당장 주식 거래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주식이나 경제에 관한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공부와 노력을 하기 바란다. 라는 희망을 말했다.

 요즈음 카피(광고)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큰돈은 돈을 고용할 때 벌 수 있는 것이다. 큰돈을 버는 것과 함께 사람다운 보람을 느끼려면 확실한 가치관, 특히 돈을 대하는 자세가 올곧게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큰돈도 써 보고, 일정부분 낭비도 필요하단 생각이다. 돈은 써 본 사람이 벌 수 있다. 라는 내 생각은 경험칙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치관이다. 아낄 때는 1원도 발발 떨어야 하지만, 때에 따라서 하루에 1억 원을 잃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배포가 있어야 한다 말이다. 

 여름 방학에 해 주겠다고 약속한 스마트 폰을 내가 쓰는 갤럭시 탭이 마음에 들어 갤럭시 S2를 염두에 뒀는데, 딸은 아이폰 4 화이트를 가지고 싶단다. 여러 곳을 들렀는데, 딸이 쓰는 핸드폰의 통신사인 SK텔레콤은 한 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KT는 금방 할 수 있는 물량이 한두 대씩은 있다고 하는데 굳이 SK만 고집한다. 결국, 인터넷과 묶어서 KT로 개통했지만, 지금 말하려는 것은 5살 때 이후로 한 번도 가지고 싶은 물건에 대하여 안달을 하지 않고, 아빠가 가지고 싶어하는 물건의 부당함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아빠의 눈치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아빠, 저것 사 주세요. 나중에.'라고 하던 딸이 아이폰은 당장 갖고 싶다며 안달을 한다. 이제까지의 행동과 아주 다른 모습이 오히려 신선해서 마음속으로 그런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어라! 한 술 더 떠 나이키 운동화를 사잔다. 작년에 미국 고모가 내 것, 아들 것의 나이키 운동화를 미국에서 사 왔는데, 딸은 기숙사에 있다, 보니까 딸 몫이 다른  사촌에게 돌아갔었다. 그게 보상심리를 자극했는가 싶다. 아빠 것을 신으라니까 '모양이 안 예쁘다. '라며 사양했는데, 확실하게 편안함이 다르긴 하더라. 

 나이키 매장에 갔다, 지난번보다 인플레가 심한 것 같다. 12~14만 원 정도가 고가였고, 6만 원~9만 원 정도가 보통이었는데, 운동화 한 켤레에 20만 원에서 몇천 원 빠진다. 보통이 8만 원~12만 원이다. 7만 원 정도 하는 것은 눈에 드문드문 보인다. 딸의 선택이 옳고 그르고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번에는 무조건 사 줄 생각이다. 끝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하여 다음으로 미뤘지만, 지금의 내 처지와 상관없이. 그건 무슨 의미인가 하면, 한번 해 보고, 써 보고 나서 다음에 자신이 판단하는 것과 부모나 다른 이가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만한 기회비용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고, 나의 이런 생각은 정확하고 옳은 판단이라고 자신한다.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세상을 먼저 산 선배로서, 친구로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 위에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스며드는 것이기에.
 

 


 어제 아들이 나가서 '5만 원만 보내 주세요.' 하기에 알았다. '10만 원 보내마!'했는데, 이건 평소의 습관이다. 아빠가 궁지에 몰렸을 때, 아들, 딸은 필요한 돈의 최소한을 말하고 아빠인 나는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주려고 하고, 또는 요구액의 2~3배를 주곤 했는데, 서로에 대한 배려이리라. 이달에 아들이 아빠의 도움 없이 저 스스로 2,000만 원 정도의 차를 할부 등을 안고 마련했고 200만 원 가까이 소요된 자동차 보험을 처리했으며 주차비, 유류대 등의 비용도 녹록지 않겠지만, 새 차 타고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으니 기분이 매우 좋으리라! 

 내 의견은 생애 처음 사는 차이니 마구 굴릴 수 있는 중고차로 경제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부담을 더는 것이 어떠냐? 는 것이었는데, 아들은 한사코 새 차, 그것도 소형차가 아니라 준중형인 포르테 GDI에 선루프 그리고 자동기어와 한두 가지 옵션을 추가하니까 2,000만 원 가까이 들더라. 아빠가 도와줄 입장은 아니고 다음 달 첫 할부금은 내 주마. 라는 정도의 지원만 하기로 했다.



그림: 매조지 DB/ 블로그 그림  (아들 자동차 사진 찍은 것 귀찮다고 안 올리는 게으름이여!)


'행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더러운 놈!  (0) 2011.09.27
* 안 하던 짓!  (0) 2011.06.06
* 봉지  (0) 2010.03.17
* 봄 눈  (0) 2010.03.10
* 블질을 다시 하며  (2) 200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