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목

당고개 역에서 노원역으로 내려오다 보면 노원역 오른쪽으로 거목이란 식당이 있었다.
노원역과 맞닿아있는 건물의 2층이었다. 허허벌판에 대단지 아파트가 막 조성되던 90년대 초였다.
유난히 부지런을 떨었던 나는 다른 이들이 6~7시면 끝내는 장사를 자정이 가깝게 극성을 떨며 돌아다녔다. 30대 후반의 나이였던 난 30대에 이루어야 할 목표를 나름대로 정하고 있었던 거다. 아파트 건축현장마다 '함바'라고 불리는 식당이 있었다. 지금처럼 시스템이 정비되어있지 않던 관계로 떼어 먹히는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그곳에서 소비하는 물량은 대단했다. (지금은 식당 운영하는 자가 지급을 못 하면 하청 또는 원청업자로부터 회수할 수 있다.) 당시에 나는 거래처를 학점 멕이듯 A+/A 등으로 외상매출금 잔고와 경영자의 마인드 등을 참조하여 신용평가기관에서 기업체의 신용을 평가하듯 AAA/AA 등의 기준을 멕여놓고 일정부분의 대손충당금을 쌓아가며 대손 상각에 대비했었다. 당시에 판매재고 프로그램을 60만 원이나 주고 사서 쓰고 있었다. 물비누 한 통에 2,000원~3,000원 하던 것이 지금 8,000~12,000원을 하는 것에견줘보면 영세 행상(?)을 하면서 가히 미친 짓을 한 거다. 하지만, 그게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발을 디딘 업계였지만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나 관련업계에서 영업부
등의 일을 했거나, 미원(지금의 대상)이나 제일제당(지금의 CJ)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회사의 배려로 대
리점 등을 차고 나온 사람들을 제치고 업계의 거목이 되고 싶었다. 혼자 버는 돈은 한계가 있고, 돈은 남이
벌어주는 것이란 전제 아래 사람을 찾아 키우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정말 눈물겹도록 정성을 다 했었
다. 인복이 없었는지 神이 이미 정해 논 어떤 운명이란 것의 정해진 코스였는지 그런 기회는 없었다. 사람
을 키우려고 들인 공은 나중에 한 번 말할 기회를 갖겠다.
(사람을 얻기는커녕 한참 일할 나이인 38세에 가장 소중한 사람인 아내를 백혈병으로 잃어 버렸다.) 
'어떤 일을 혼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내 수족을 쓰듯 부릴 수 있을 때 돈도 벌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란 확신이 있었고 아는 이들에게 뭔 이야기 끝에 자주 그런 견해를 밝히기도 했었다.

다시 거목이란 음식점을 말해 보자.
떼 돈을 벌고 아파트단지의 모양이 거의 갖추어질 때 손 털고 나간 [거목]의 남편이 노원구청의 토목인가
건축 분야 인가의 무슨 국장이었다. 당시에 노원구청은 마들역에서 수락산역을 향한 왼쪽으로 간이 건물을 지지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음식점이고 다른 업종이고 선점을 하여 떼 돈을 벌곤 슬그머니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기고 떠나더라.
단순한 노력이나 부지런함 만으론 큰돈을 벌 수 없는 세상 이치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가진 게 부지런함
과 성실한 것밖에 없는 이들은 그런 천성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을 보며 자위를 한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달랜다.

2006/10/01

글: 매조지    그림:D/부자방/에이훠에이/Catalog 22/10 Transportation, 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