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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낫적~땅보탬/가고문헌(價考文獻)

◆ 역사 2

판사님께 드리는 두 번째 글

간디학교 역사교육(수업)에 대하여

간디학교 역사교사 최보경

존경하는 판사님!

먼저 지난 1차 공판에서 저의 부족한 모두진술을 관심 있게 경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 수업에 대해 수업의 당사자인 저의 의견을 요청하여 주신 것에 대해여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수업을 직접 듣거나 참관하지 않은 경찰과 검찰이 그들 나름의 생각으로 제 수업을 해석한 것에 대해 당사자로서 무척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역사수업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교육자의 양심과 제자들의 배움의 열정이 만들어 내는 창조의 공간입니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합니다. 저는 오늘 판사님께 드리는 두 번째 글을 통해 제 역사수업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방대한 내용을 길게 서술하여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최대한 핵심만 간략히 서술하려합니다.

글은 제가 몸담고 있는 간디학교에 대한 이야기와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주교재인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부교재인 『살아있는 삶을 위한 즐거운 역사교실3(검찰 공소장에는 역사배움책3)』과 제 역사교육의 주안점과 방법에 대하여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1. 간디학교와 역사교육(수업)

간디학교의 구상은 1994년, 물질만능과 도시 중심의 문화를 넘어 새로운 대안적인 삶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3년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997년 대안적인 문화를 위해서는 대안교육이 필요하다는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간디학교는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간디학교는 인도 간디의 사상인 ‘비폭력 저항’, ‘구조악에 대한 불복종 정신’을 통해 오직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사랑과 자발성’을 철학으로 하는 학교입니다. 입시의 폐해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이 줄이어 발생하고 학교를 버리고 떠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척박한 한국교육현실 속에서 간디학교는 대안교육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상남도 교육청의 학교 해산 명령이라는 시련이 있었지만 대안교육의 절실함은 더욱 요구되었고 지금에는 교육감 선거의 공약으로 제시될 정도로 교육당국에서도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간디학교의 ‘사랑과 자발성’의 철학을 교육과정인 역사수업에서 담아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철학-교육과정-교육방법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야만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의 역사수업은 간디와 간디학교 철학인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사랑과 자발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 주교재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제작하고 휴머니스트에서 출판한 ‘대안 교과서’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이 교과서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 책이 바로 제가 수업시간에 쓰는 주교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검찰에서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역사배움책3-정식 이름은 살아있는 삶을 위한 즐거운 역사교실3』은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보조 교재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집필진은 표지의 발간사에서 다음과 같이 교과서 제작의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삶을 위한 역사교육!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 꿈이었다. 우리는 강의와 암기로만 이뤄지는 역사수업을 넘어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와 감동이 살아있는 역사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중략) 우리는 재미없고 외울 것만 있는 많은 교과서, 개설서를 요약한 듯 죽은 지식을 나열한 교과서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중략) 학생과 교사들이 자유롭게 만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그런 교과서를 꿈꿔왔다. (후략)”

저는 위 집필진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학창시절 역사를 배웠고, 교사가 되어서도 떠나지 않는 고민, 바로 살아있는 역사교육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외우기만 하는 재미없는 과목이라 하였습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수년간 각종 연수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입니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는 98년 인가 이후 국가로부터 자율학교로 지정받아 운영되고 있고, 자율학교에서는 교과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 교과서는 출판되자마자 기대 이상으로 학교 교사 및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과 호응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책은 출판된 후 곧 조선일보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대표적인 보수적 성향의 신문입니다. 위 심사 당시 뒤에 한나라당 대변인이 된 전여옥 씨를 비롯한 10명의 선정위원이 위 책을 선정하면서 극찬하였습니다만, 위 책에는 이번 시건에서 이적혐의로 문제된 내용들이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이렇게 ‘이달의 책’으로 선정할 정도의 책이라면 교과서로써 객관적인 역사인식을 가지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고, 저는 역사를 전공한 교사의 양심으로 이 교과서를 채택하였던 것입니다.

판사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 기사를 참고 자료로 제출하겠습니다.

3. 보조교재 『역사배움책3』 제작 동기와 배움책의 구성

『역사배움책3』은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주교재인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맞춘 한국현대사 부분 보조교재입니다. 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간디학교의 학생들의 수준과 성향에 맞게 보조교재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맞춘 배움책으로 『살아있는 한국사 배움책-윤종배, 이지현 엮음』을 제작하였습니다. 저는 두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살아있는 한국사 배움책』의 형식을 가져와 경기남부역사교사모임에서 엮은 『고교사료국사수업』과 전국역사교사모임의 『노래와 소리로 보는 우리 역사』 등등의 사료를 가지고 엮었습니다. 위의 사료들은 이미 다 공개된 내용들이며, 일반 서점에서 다 구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작 동기와 배움책의 구성은 『역사배움책3』 40쪽, 41쪽(검찰 증거기록 2205-2206쪽)에 나와 있습니다.

2008년 1월에 『역사배움책 3』의 부족한 점을 개선한 개정판인 『살아있는 삶을 위한 즐거운 현대사교실』을 제작하였으며 이 자료는 뒤에 따로 제출하겠습니다.

4. 역사교육의 주안점과 방법

제 역사교육의 주안점은 이미 모두진술에서 말씀드린 것 같이 ‘비판적 역사이해’입니다. 학생 자신의 관점과 시각으로 역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첫째로 역사는 사람의 삶의 문제를 이해하는 학문의 영역이므로 ‘나’로부터 ‘이웃’, ‘사회’, ‘민족과 국가’, ‘인류’의 문제로 확장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사는 ‘나’와는 무관해 보이는 ‘특정 계층’의 역사를 비판의식 없이 배워 온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항상 ‘나’로부터 역사를 보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나’라는 존재감을 가질 때 역사는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를 위해 수업에서는 그날 배울 주제를 미리 스스로 공부하고 난 후 느낀 점과 궁금한 점을 배움책에 적어 오면 이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사배움책3』에서는 ‘역사를 나의 것으로’ 코너이며, 개정판에서는 ‘미리 공부해 보니!’ 코너가 그것입니다. 학생들은 똑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제각기 다른 입장과 의견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모둠별, 개인별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고 친구의 생각을 듣다보면 서로의 역사인식을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됩니다. 이 때 교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각을 조율해주고 전문적인 학자들의 견해나 현재까지의 정설과 또 다른 학설 등을 제시해 줍니다. 수업 50분 중에서 학생들이 발언하고 주도하는 수업이 40분, 교사는 10분 정도의 시간이면 아주 적당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검찰이 공소장에 제시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하여 저는 『역사배움책3』 62쪽(검찰 증거기록 2227쪽) ‘생각나누기 8. 4.3사건과 여수순천사건의 엇갈린 역사적 평가를 비교해 보고, 자신이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라고 지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탈냉전, 다원화 시대에 맞게 제주 4.3 사건에 대해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보는 시각과 ‘남한만의 단독선거 반대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항쟁’으로 보는 시각을 같이 이해하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방식입니다. 역사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오직 역사적 진실과 이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간략히 수업 진행을 말씀드리면 저는 본격적인 수업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제주 4.3사건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전부를 이야기 해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 대부분은 잘 모른다고 답합니다. 간혹 학생 중에는 “제주도에서 일어난 거 아닌가요?” 또는 “많이 죽었다고 들었는데요.” 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제 배움책에 있는 사료와 최근 4.3사건 관련 신문 자료 등을 제시합니다. 특히 4.3 사건은 좌우이데올로기 속에서 그 평가가 무척 다르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료를 선택합니다. 학생들은 모둠을 나누어서 제가 제시한 사료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바로 모둠별 토론을 하는 것입니다. 토론 후에는 자기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모둠장이 발표합니다. 저는 개별 모둠의 발표를 들으면서 상호 모둠 간 토론이 가능하도록 질의를 합니다. 이때 토론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교사는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5.10 단독선거를 막고 통일정부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고, 단독선거는 미군정을 끝내고 우리의 정부를 세울 수 기회이기 때문에 제주도민이 잘 못 판단한 것이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미국이라는 현실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일반학교에서 4.3 사건은 대체로 교사들이 기피하는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4.3사건의 이전 제주도 상황, 미군과 소련군의 한반도 주둔, 분단의 문제, 5.10 단독선거와 4.3사건의 관계, 제주도 내 인민위원회의 역할과 활동, 제주 진압을 거부한 여수순천 사건 등 제주 4.3사건은 교사로서 수업하기에 쉬운 주제는 아닙니다. 분단된 현실과 냉전 체제 속에서 제주 4.3사건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사건을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사건보다 희생자가 많았고 진실규명이 되지 않아 당했던 유족들의 고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양심이 있다면 이 같은 역사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1999년 12월 26일 국회에서 통과된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과 이후 2000년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고건)’가 진상조사 작업을 추진하여 2003년 보고서가 나왔으며, 이 보고서는 전국의 역사교사에게 우편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진실규명 작업을 설명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 현대사의 비극과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로써 수업을 정리합니다.

일상적인 위와 같은 모둠별 토론식 수업 외에도 모둠별 ‘역사신문 만들기’, ‘신문 활용 수업(NIE)’, '역사 그림판 만들기’ 등을 통해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극화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들어가 추체험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민족의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 박정희 역사재판’ 과 같은 역사모의재판이나 ‘선진문명의 전파인가, 약소국에 대한 침략인가? 제국주의 역사청문회’ 와 같은 역사청문회 등입니다. 역사재판의 경우에는 변호인 측과 검사 측의 공방을 통해 서로 다른 역사적 이해와 입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역사청문회의 경우에도 청문회에 참여한 보수-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을 통해 같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교사가 칠판에 빽빽이 쓰고, 학생은 이를 적으며 외우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학생들이 교실이라는 배움의 공간에서 당대의 실존 인물이 되어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주체적 역사이해’ 또는 ‘비판적 역사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즐거운 역사 만들기 대회’와 같이 개인 또는 모둠별 작품을 만들어 축제를 벌이는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각자의 인식과 소질, 개성과 성향이 다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외우기를 무척 잘하지만, 말하는 방식이 서툴러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말이나 논술은 잘 못해도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무척 잘 하기도 합니다. 저는 자기의 잘 하는 것을 가지고 역사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는 노래로, 춤을 잘 추는 친구는 춤으로, 연극을 잘 하는 친구는 연극으로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즐거운 역사 만들기 대회’는 간디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축제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평가에서도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관점을 세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하고,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는 논술평가를 치고 있으며 지난 교직 생활 10년 동안 4지선다형 또는 5지선다형의 객관식 문제는 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객관식 문제는 이해와 자기 관점 보다는 암기와 선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관점이 없는 역사는 역사 속에서 자기 존재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역사는 당대의 산물인 동시에 풀어가야 할 과제를 사회구성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대정신’입니다. 역사를 배우면서 ‘시대정신’ 없는 역사는 생명력이 없는 죽은 역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이 있을 때 역사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대정신은 바로 인류 역사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시대정신은 인권과 참여, 평등과 양극화 해소와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이며, 한국현대사의 아픔인 분단을 극복하는 민족통일의 가치이며, 인류의 평화와 생명 존중, 공존과 소통의 가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 보편적 가치들은 이미 교과서나 학교에서 지향하고 있는 성질의 것입니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은 이런 가치들을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데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선언적인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가치들을 학생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체화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위의 가치에 동의하고 ‘앎’을 넘어 ‘실천’의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 역사동아리가 바로 <역사사랑>입니다. 저는 역사사랑의 지도교사로서 지난 10년 동안 깊은 애정과 노력을 해 왔습니다. 동아리 학생들은 매년 4.19혁명정신계승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5.18민중항쟁 기념행사, 일제식민지 시절 강제징용 마을인 일본 ‘우토로’ 마을 성금 모금 운동 등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역사를 일상 속에서 실천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사랑의 활동은 EBS지식채널e 와 MBC, KBS뉴스와 같은 방송과 각종 언론사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월간 <우리교육>에서 주최한 전국동아리문집 공모전에서는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이외에도 전교조와 전국역사교사모임에 주최한 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역사사랑의 지도교사로서 교사의 존재이유를 찾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매년 발행해 온 동아리 회지를 학생들의 주도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역사사랑의 활동에 대해 검찰과 경찰에서는 수사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동아리 회지를 이적표현물로 감정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안타까운 심정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6. 마치며

지난 2월 24일 집과 간디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후 경찰, 검찰 수사와 공판을 거치면서 저는 ‘교사의 양심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자주 잠깁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만 결론내기 참 어려운 물음인 것 같습니다. 다만 어렴풋이 이게 아닐까 하는 것이 있다면 교사의 양심은 ‘제자들과의 약속이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수업시간 뿐 아니라 제자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시공간 속에서 제자들과 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교사이기에 무거운 책무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수업을 행함에 있어 조심스럽고 동시에 교사로서의 존재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제 역사교육(수업)이 제자들로 하여금 역사관(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좋고 나쁨을 떠나 일정정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교사가 하는 모든 교육 활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교육하는 과정에서의 교사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스스로 보고, 판단하여 자기 역사관을 키우는 것. 제가 생각하는 역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입니다.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로부터 간디학교 학생들은 자기주장에 대한 확신이 있고, 소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여러 가지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역사 속에서 소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제자들이 있기에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법의 심판대에서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고통스럽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 역사 속의 일부일 것이며, 저는 그 속에 살아가는 존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저의 존재이유를 찾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짧고 간결하게 작성하려 하였으나 읽으시기에 긴 글이 된 듯합니다. 관심 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찰의 제 『역사배움책3』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한 반론은 이후 다시 정리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밖에 제 교육 내용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은 추후 따로 제출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10년 간 각종 형태의 교육활동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습니다. 판사님께서 보시고자 하시면 참고자료로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출하는 참고자료 목록>

1.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관련 조선일보 기사

2.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 최보경 샘은 딸의 1학년 담임 샘이었습니다.
    단지, 담임 샘이었기에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역사인식이 올바르기 때문입니다. 전교조의 모든 것을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용 중 글자 색은 제가 임의로 바꾼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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