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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우(知己之友)

* 친구 2

'나이에 따라 순수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 매조지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40대 초반이었다. 그 연유는 이렇다. 지금은 없어진 을지로 5가의 수도예식장에서 큰 누님이 내가 중1 때 결혼을 했다. 그때, 지금의 내 나이인 51세였던 아버지가 속해있는 계원 중에 막내 뻘 되는 계원이 40대 초반쯤  이었던 것 같다.

 예식이 진행되던 내내 내 뒤에 있던 그 아저씨가 "오늘 밤 좋겠네!" 등의 지극히 당연한 멘트를 하는 것을 그땐 뭐가 그렇게 불결하게 생각되었는지. 그 아저씨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물론 중 1때 남녀의 관계를 몰랐던 것은 아닌데.., 하기사, 성인이 된 한참 후에도 술집 등의 직업여성들이 '연애 운운하는 것이 성교를 뜻한다는 것'을 한동안 몰랐던 숙맥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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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대한 내 생각은 또 어떠했는가? 친구라면 당연하게 같이 행동하고 같이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철 들면서 아마, 고등학교 이후에서는 설사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며 교류를 지속하여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관계라고 스스로 정의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발전하여 지금의 인간관계를 '동일인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눈물이 나게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는 것' 이라 정의할 수 있나 보다.

 


예전에, 총각 때 국민은행의 대출을 갚고 제2금융권인 신중앙 신용금고(명동 중국 대사관 앞 소재)에서 600만원인가를 대출 받은 적이 있다. 서민 아파트 한 채 값이 1.500만 원 안팎인 시절이었다. 그걸로 학원 차를 마련하는 데 썼다. 그런데 거기에 고등학교 동기인 홍**가 있었다. (실명을 안 쓰려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친구가 친구나 고등학교의 동기의 수준을 벗어 난 향응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친구가 원하는 아가씨 있는 술집에 가서 홀딱쇼인지 지랄인지.., 지금은 그런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때는 내 의식 한 곳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것이 있었다.

아마, 그 날 밤의 술값으로 30만 원 정도를 지출했던 것 같다. 술집에 갈 때도 가서 술을 마실 때도 내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 내가 오늘은 네게 내키지 않는 술을 사지만, 앞으로 너를 사회에서 만난 사람 정도로 기억할까는 모르지만, 친구로서는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그랬다. 그리고 그 친구와 전화 통화는 한 두 번 더 한 것 같지만, 그 후로 잊고 살았다. 물론 지금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중에 동기들 모임 등에서 그 친구가 한 행동이 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친구들에게 두루 보편적으로 써먹은 수법이란 것을 알았었다. 나처럼 미련하고 돌인 사람도 아는데 어찌 그렇게 모를까? 안타깝기도 했다. 어느 사회이고 넓은 것 같으면서도 그 바닥이 그 바닥인 것을 ..

내가 플이고 블이고 카페고 그 바닥이 그 바닥이라서 아무렇게나 홀딱 벗으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나중에 자신을 옭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깨 벗어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섬뜩함을 느낄 때도 있다.

'너 매조지 뭐 하는 거야?' 스스로 자문할 때도 있다.






그림: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200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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