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술이술(無術以術)
하릴없이 말을 만들어 봤다.
주식을 하면 누구나 쓰는 말이 기본적 분석이 어떻고, 기술적 분석이 어떻고 떠든다.
모두 유용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P/L, B/S, 현금흐름표 등의 재무제표 분석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앞서 수급이 우선이다. 사려는 사람이 없는 주식은 결코,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르지 않는 주식에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주식꾼이 꾀지 않는 곳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그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거래량이고, 가격의 변화를 나타낸 여러 가지 도표를 통해 짐작하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다. 때로는 너무 기술적 분석에 치우쳐 왜 분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열중하는 수가 있기도 하다. 바탕인 기술적 분석을 철저하게 하여 활용하되 거기에 목을 매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어여쁜 여인의 매끄러운 피부를 애무하듯 돈의 까칠한 지질을 음미할 수 있다. 바탕을 갖추되 때론 무시할 수 있는 경지 그걸 무술이술(無術以術 기술이 없는 것을 기술로 하는 경지)이라 하겠다.
어제, 그리고 오늘 실증해 보였듯이 기술적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없는 기다림에 도(道) 통하는 것이다.
오늘 1~①번 거래에서 보듯 매수주문 넣고 2시간 이상을 기다려 매수하고 20분을 기다려서 목적을 달성했다. 주방에 가는 사이 체결되어 더 챙기지 못했지만, 그건 늘 있는 불상사니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2~3번 거래에서 보듯 시장형편이 매우 안 좋다. 코스피는 1,595.81로 년 중 최하 수치다. 척박한 시장에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기술적 분석의 힘보다 끈기 있게 기다린 덕이다. 하루에 한 번만 먹으려고 하면,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복리의 마법을 이룰 연속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시멘트벽에 갇힌 상황이 답답하여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자 초(抄) 단위로 돈을 긁으려고 하니 그게 뜻대로 되는가? 급한 것은 내 사정이지 시장은 조금도 급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짐하고 또 다짐했듯이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나 자신을 믿자.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을 때, 가장 빠르게 서재 있고 강물이 흐르는 밖을 감상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인가? 때는 와야만 한다. 알고 싶다. 때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어쩌면 이미 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미 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꼭 만나고 싶다. 묵묵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좌불안석을 하면서 경망스럽게 기다렸다. 그래서 어디선가 지켜보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길게 이어진 절망과 치욕을 딛고 일어서려면 때를 맞을 경건한 마음과 의례를 갖춰야 한다.
묵묵하게 자신의 능력 부재를 확인하며 절망하는 순간에도 때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가 갖춰지면 어느 때고 불쑥 찾아올 것이다.
돈은 젊어서 애타게 찾아다니고, 늙어서는 돈이란 놈을 여기저기 풀어놓고 패대기치러 다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하루바삐 늙고 싶다. 돈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로 살기 싫다. 나 자신과 사회에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싶다. 돈, 형이하학을 대표하는 물건이면서 형이상학의 깊은 곳까지 관여하는 놈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2010. 02. 02 매매일지의 일부.
그림:Office Clip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