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팔뜨기이기도 했는데 영리하기가 조조의 뺨을 치고도 남을 놈이기도 했다.
지금도 흔한 풍경이지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왔던 것 같다.
두어 마릴 사 왔는데 한 마리만 남은 것인지 애당초 한 마리만 사 왔었는지는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다. 하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다.
아마, '쫑' 이놈의 신출귀몰한 짓거리가 없었다면 이나마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터이다.
어쨌든 한 마리가 용케도 잘 자라 중 닭 정도로 자랐다.
'쫑'은 병아리가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때부터 밥도 같이 먹고, 병아릴 데리고 놀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마치 우리가 자신을 귀여워하고, 때로는 야단을 치는 것을 그대로 병아리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병아리를 잘 데리고 놀면서 화기애애한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닌 낮잠을 주무시고 여섯 형제는 학교로 일터로 모두 출타했을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중 닭이 된 놈이 보이질 않았다.
어머니도 일어나셨고 다른 형제들과 닭을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곤 했는데 도통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쫑의 집 근처에 닭의 깃털이 몇 개 날리는 것을 내 가인가 동생인가가 발견했다.
결국에는 밥그릇 근처의 땅에 묻어 놓은 닭의 뼈를 찾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랬던 것이다. 쫑이 사기를 친 것이다. 사람들을 갖고 논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닭을 잡아먹진 않을 것처럼' 사람들에게 믿게 해 놓곤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는 틈을 타서 냠냠 하곤 게다가 뼈와 털 등의 잔해까지 땅을 파곤 묻어 놓았던 것이다.
자라면서 삼국지의 어떤 모사꾼보다 한 수 위인듯한 모습의 쫑을 생각하며 과연 세상을 살아가며 처신을 어찌할 것인가? 자문자답을 더러 했던 것 같다.
개인이고 사회이고 '힘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마저 지킬 수 없음'을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앞으로 두 주일 후면 내가 하는 행상(?)이 딱 20년 째이다.
그럼에도, 돈을 받으러 갔다 오히려 몇만 원을 빌려 주고 왔다.
머리에선 아닌데 가슴과 DNA에 각인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예전처럼 자유롭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일종의 병이다.
아이들에게 이르기를 백화점같이 그럴듯한 매장에선 물건값을 깎아도 난전이나 손수레 등에서 물건을 살 땐 될수록 후하게 굴라고 강조하곤 한다.
'콩나물 값을 깎는 것을 자랑해선 안 된다'라고.
'약한 자에 약하고 강한 자에 강해야 한다'라는 것은 어쩌면 아빠의 시대에나 맞을지도 모르는 가치일 수 있을 터인데..., 이미 퇴색할 대로 퇴색한 것을 마치 독백처럼 되뇌고 있다. 이젠 좀 독해져야 할 것 같다. '이젠 나도 개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또 자문하고 있다.
2004. 10. 28.
글:매조지 그림: 매조지 DB/ 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