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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雜同散異

* 건물관리인

                                                          ▲ 핸드폰(LG/LB-2500)으로 찍었다. 화질이 그냥저냥 쓸만하다.

빌려 쓰는 건물에 관리인이 두 사람 있다.
관리인(管理人)이라 함은 사법상(私法上)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 또는 소유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을 이름인데 이 건물에 관리인은 어느 대기업의 회장같다.  


 세 자리 수의 세를 내는 건물에 토요일 오후에나 일요일에 볼일이 있어 사무실에 나가려면 "휴일에 뭐하러 나오느냐."라고 핍박한다. 지난주 일요일엔 볼일이 있어 좀 나가겠다고 연락하니 지금 퇴근할 거니 오지 말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일요일에 뭐하러 나오세요?" 그런다. 기가 차다. "가 봐야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문 안 열어 줄 테니 가지 맙시다."라고 같이 있는 김 사장이 그런다. 결국, 포기했다. 평일에는 22:00면 문 딱 잠그고 나갈 수도 없다. 생각이 짧아 외곬으로 빡빡하기만 하다. 젊어서 마누라하고 그 짓 할 때도 빡빡해서 제대로 했을까 싶다.  

7층 건물에 5층이다. 맞은편에 S 경찰서가 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주차가 불편하다. 사무실마다 주차 할당이 한 대뿐이라서 김 사장 차는 달리 방도를 구해 주차하고 있다. 공간이 있을 때도 관리인의 권세가 하늘을 찔러 가끔 5천 원 갈잎을 한 장 주면 그땐 쬐금 달라진다. 거지 근성이 몸에 배었을 뿐 아니라, 어쭙잖은 관리인이란 완장 값을 톡톡히 받으려는 행태가 이어졌다. 완장만 차면 백팔십도 달라지는 어떤 인간 군상을 매일 봐야 하는 것은 고역이다.

                       19인치를 계속 쓸 땐 몰랐는데, 24인치 모니터를 보다 19인치를 보면 갑갑하다. 사람이 더 큰 것을 원하고 
                  것을 위해 힘쓰는 것은 다른 세상을 알 때 가능하다. 하여, 언제나 다른 세상을 기웃거릴 마음이 있어야 한다. 

                       
 둘이 번갈아 숙직을 하는데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건물에 세들은 사람에게 군림하는데 차마 못 봐 줄 목불인견의 도가 지나치다. 드디어 사달이 났다. 그저께, 토요일이었다. 둘 중의 웃는 것이라곤 거의 본 적이 없는 관리인과 부딪쳤다. 잠깐, 슈퍼에 먹을 것 좀 사 갖고 오는데 엘리베이터를 꺼 놔서 계단을 오르다 2층에서 마주쳤다.
관리인 왈, "나가시는 것 같더니 왜 또 들어와요?" 그런다.
 어이가 없어 가볍게 대답하고 올라가는데 여긴 찜질방이 아니고 사무실인데 토요일에 왜 나왔느냐, 몇 시까지 있을 것이냐는 둥 월권의 정도가 심했다. 소릴 버럭 질렀다. "월세 내고 쓰는 내 사무실에 나오는데 뭐가 어쨌다고 그러느냐?" 결국 시비가 되었는데 상대하기 싫어서 고함 몇 번 지르고 그냥 올라왔다.

                                                                    여긴 내가 쓰는 방이고, 밖에 여기 두, 세 배의 공간이 있다. 

  몇 시간이 지나서 18시쯤, 관리인에게 전화가 왔다.
'몇 시쯤 나가느냐?"라고 묻는다. 좀 늦는다고 했더니 또 발광(發狂)을 한다.
화가 나서 "오늘 안 간다. 아침에 갈 거다." 그러면서 전화를 끊었다.
좀 있다 문을 마구 두드린다. 발로 차는 것 같다. 하던 일을 멈추고 나가려는데 낮에 나갔던 김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태릉 사거리인데 지금 들어 갈게요." 그런다.
전화 응대하는 동안 문소리가 잦아지더니 이내 그친다.
출입문 쪽으로 나가는데 어럽쇼!
갑자기 단전이다. 암흑천지다. 작업하던 컴도 숨이 딱 끊어졌다.
몇 시간을 작업한 것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중간에 저장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다.
관리실로 전화했다.
"뭐 하는 짓이오?" 뭐라 고함을 친다.
쌍욕이 절로 나왔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런 상놈의 새끼!"
더 험한 욕을 퍼부었다. "지금 내려갈 테니 기다려 *새끼야!"
깜깜한 계단을 더듬어 내려갔다.

요즈음엔 저잣거리에서도 흔하지 않은 풍경을 연출했다.
"개 쌍놈의 새끼 죽여 버린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내심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쳐 놀 셈이었다.
그러는 중에 김 사장이 왔다. 나보고 자기가 이야기할테니 참고 올라가란다.
(내가 벌인 일, 내가 마무리 지어야지 무슨 소리.) 하는 심사로 되려 김 사장을 말려 놓고 마무리 지었다.

자기가 이 건물을 관리한 것이 25년이고 나이가 70인데 어디 욕을 하느냔다.
그냥 개 무시했다. "70이 살은 인생이 그 정도밖에 처신을 못 하느냐?"라고 혹독하게 야단을 쳤다
같은 강도로 대거리하던 자가 어느 순간에 꼬리를 내린다.
그제야, 욕한 것을 사과했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결국, 사무실에서 잤다. 아침에 교대하고 온 다른 관리인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언제 나가시느냐?" "나가실 때 연락 주세요." 하며 살갑게 인사를 한다.

돈 몇 푼 줄 때 말고 웃어 본 적이 없는 자들이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졌다.
내가 이 건물을 드나든 지 열흘이 좀 넘었다. 그동안 김 사장이 길을 잘못 들인 것이다. 주차 등으로 툴툴거리면 오천 원, 만 원 집어주며 달랬다는 것이다. 손님이라도 와서 주차하려면 툴툴거리는데 "손님이 불편하게 관리인과 승강(昇降)이질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는 김 사장 말도 맞다. 관리인이라면 입주한 사람의 편리를 봐 주는 일이 해야 할 일의 첫 번째 임무일터인데, 역으로 툴툴거리며 잔돈푼이나 뜯으려는 거지 근성에 쩔어 있는 자들이었다.
다음 달에 강남 차병원 근처로 사무실을 옮기니 더 볼일도 없겠지만, 있는 동안은 막 보지 못할 것이다.
전기요금 등도 개별 부과하는 건물에서 볼일 있을 때,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입주자의 권리 아닌가?
건물 관리라는 명목으로 다른 대가를 바라며 아무 때나, 목에 힘주는 꼴을 봐 줘온 김 사장이 신기롭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
건물에 전력을 끊는 것은 노조나 테러 時에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 법인데, 관리인이 월세 꼬박꼬박 내는 입주자에게 맘대로 저지를 일인가?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인간이 너무 많다. 완장 차고 죄 없는 사람들 많이 죽인 역사가 이 땅에 있었다. 불과 60년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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