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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 줍기

행위 2012.11.08 00:53
11월 4일.

가을비 뿌리는 저녁이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천고속티미널 주차장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  

아내와 자주 가는 CGV가 있고, 신세계와 이마트가 있는 곳이다.

홈플러스를 다녀오는 아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30대 중반 아무리 야박하게 봐도 40대 초반쯤 되는 처자가 말을 건다.

   "복이 많은 분이시네요?

   "...??"

   "복은 많은데, 팔자가 센 분이네요. 착하고 남에게 퍼주는 분이고요"

   "착하다는 것은 바보란 말이지요."

시니클하게 답을 하니

   "오해 마세요. 뭣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덕담하는 겁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에 신세계 백화점을 돌아 버스 터미널 쪽으로 오기로 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가 오니 차가 더욱 밀려 인도 쪽으로 접근하지 못 하고 지나쳤으니 농수산물 건너, 즉 터미널 쪽으로 오라는 거였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주차장 입구라고 해도 계속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혼선이 생겼다.

꽤 되는 통화 중에도 그녀는 가던 길을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와 계속 말을 잇고자 했다.

네댓 걸음 비켜선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한 사람이 더 있음을 그때 알았다.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다.

나는 누구와 어느 때, 어떤 이야길 해도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예의로 따지면 눈과 눈 사이인 미간(眉間)을 보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만 나는 상대의 눈동자를 보며 말하는 것이 좋다. 보통의 대화든 싸움을 할 때든, 사랑할 때든 예외가 없다. 토론이나 싸움을 할 때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을 가끔 볼 때가 있다.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거겠다.

아내와 몇 번의 통화가 더 이어지고 그녀들은 진득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아내와 같이 들어도 좋을 것이라고 같이 가잔다.

아내에게 불쑥 젊은 처자 둘을 데리고 가서 뜬금없는 소리를 듣자고 하면 '제정신인가?' 할 것 같았다.

내가 나에 관한 이야길 입도 뻥긋하지 않았는데, 내 기질이나 상태를 족집게처럼 맞추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평소에 점이나 사주를 본 적이 없고 볼 마음도 없는 사람이다. 신문 한 귀퉁이에 있는 <오늘의 운세> 정도를 보는 사람이다.

또한, 점을 치는 사람이 불쑥 한 마디 던지면 점을 보는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넘겨 짚는 것이 점이라고 생각 하는 나다.

 

 20대 때, 김양호, 조동춘 부부가 운영하던 스피치 학원에서 공부할 때, 최면술사를 불러다 한 사람씩 최면을 거는데, 나는 자아가 강해 최면이 듣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던 터이고, 神이 있는 것은 믿되, 그 신을 믿지는 않는 사람이다. 인간이 곧 신이고 신이 인간이란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럼, 지금 들을 상황이 아니니 전화번호를 주든가 내 번호를 기억했다가 전화로 나머지 이야기를 듣자."고 제의하니

아까 대화 중에 한 "조상님이 보내서 만남이 이뤄진 것"이란 말을 다시 하면서 "번호를 주고받고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란다."

나머지 말을 못해 무척 아쉬워하는 그녀를 보며 실은 나도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차를 타고서 아내에게 좀 전에 있었던 이야길 했더니 네다바이(야바위) 수준으로 몰아친다.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다음날, 기숙사에 있는 딸과 통화 중에 50평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랬더니 자기는 세 번이나 경험이 있단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복이 많다'는 말을 남겨놓고 가더란다. 딸은 경품 행사 등에 응모하면 자주 당첨하곤 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운명이란 것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은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은 탓이다.

7살 때, 금호동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다가 수십 계단을 굴렀는데, 피투성이면서도 뼈 하나 다치지 않았고, 4학년 때는 변소에서 볼일 보다가 이웃집 축대가 무너져 커다란 돌 틈에 목만 남기고 깔렸는데 역시 뼈에 손상이 없었으며 군에서 후임이 오발한 총알이 머리 위를 바로 스치고 지나치는 등 죽을 고비가 10여 차례는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보살피는 운명이란 놈이 사랑하는 애들 엄마는 속절없이 데리고 갔다.

 

2012:11:08 00:50:30

 

지금의 아내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평생 친구다.

사회적인 활동보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아내와 같이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친구와 술 마시며 떠드는 시간보다 아내와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식사하며 반주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연초에는 찜질방에 가서 소금 찜질방에서 공기 알 같은 소금 덩이로 공기 줍기(공깃돌놀이)를 했다. 나중에는 밖에 나와서도 둘이 소금으로 공기(拱碁) 잡기를 했다. 누가 보든 말든 그게 무슨 대수인가? 아내와 내가 서로 유쾌할 수 있고 타인에게 피해가 없으면 되는 것이지.

 

 

그림: 인터넷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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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ejo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