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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우(知己之友)

* 생일 선물

 생일이다.
웬만해서 내 생일을 내가 말하는 적이 없고, 따라서 챙기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딸의 생일과 내 생일이 한 날이다.
딸은 양력 3월 28일이고, 나는 음력 2월 24일이다.

금요일 오전에 택배를 받았다.
발신인이 없고 메디 라이프라는 보낸 업체만 있다.
현대택배에(1588-2121) 전화하니까 통화량이 많아 대기하면 이어진다는 멘트만 대여섯 차례. 12시 55분에 가까스로 연결됐는데 13시까지 점심시간이란다. 두 시쯤 다시 전화하니까 상담시간 끝났단다. 이런 ~젠장.
구리영업소로 전화하니 통화 중. 아예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심야 알바했던 곳이다. 화물을 어찌 다루고 일하는 분위기와 마인드가 어떠한지 날 풀리면 포스팅하는 목적으로 한 번은 더 가 볼 생각이다. 

아래는 금요일 메모한 내용이다.
보낸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나 묻기가 그렇다. 만약, 아니라면 "모레가 내 생일이다.'라고 告知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보낸 업체의 지역과 짐작하는 곳이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 고맙다는 인사도 때가 있는 것인데 기다려 볼 수밖에.

지난번에 현민이 학교에 가는 준비로 허둥대다가 조그만 선물도 준비 못했다. 당일 아침에 축하 문자 보내는 중에 강순근으로부터 경매 문제로 전화가 왔다. 장시간 통화하고, 저녁에 만나서 술자리 하던 중에 생각나서 확인해 보니 아뿔사! 발송이 안 된 상태로 저장돼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는 상황이라 입 다물고 조용히 있었다. 그저께인가 설왕설래하던 중에 슬쩍 설명했는데 구차해진 것 같아 그냥 아무 소리 말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선물을 받은 것이라면 왠지 명쾌한 기분은 아니다.

선물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현민 이와 생일이 겹쳤다. 케이크 보낸다니까 아니란다. 기숙사 사정을 모르니 덜컥 보낼 수도 없다.

 

 00:39분.
아침에 보라고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생일 축하해! 지갑 보내려다가 마음에 안 들면 번거로울테니
    방학 전이라도 올라오면
사 주마. 유쾌, 상쾌한 생일날이기 바란다. "
그런데 바로 답이 왔다.  
00:41분: "ㅋㅋ 괜찮아요 아빠. 아빠 택배 갔어요?"
00:42분: "아빠도 생신 축하드려욤♥ 사랑합니다. 착한 딸 될게요. 
              예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용."  

00:45: "몇신 데 아직 안 자니? 인삼 네가 보낸 거야.
          발송인이 없어 확인하다 못 했구먼."
00:46: "발송인 쓰여 있을 텐데 갔어요?
          장뇌삼! 그거 아끼지 말고 매일 아침 드세요. 건강에 좋대요."
00:48: "그래, 잘 받았다. 고맙군. 잘 먹으마. 어여 자라."

 

 

지리산에서 중. 고교 생활을 보냈는데, 주말에 진주에라도 나가면, 보이지도 않는 아빠에게 꼭
      "저, 진주에 나가는데,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가기에 오히려 내가 그랬다.

      "보이지도 않고, 네가 어린애니 그냥 다녀와도 된다." 
    그래도 그 못난 버릇을 버리지 못하더니 대학에 가선 안 그런다.
    지금도 그런다면, 소리를 꽥 질렀을 것이다. 고교 졸업 때 쯤 사진이다.    
 
                                                                  

그렇다고 마마보이나 파파 걸도 아니다.
5~6세 때부터 자기주장이 확고하여 요즈음 어떤 땐 도리어 내가 쩔쩔맬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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