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결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밤잠이 무섭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그림: 매조지 DB-바탕화면 (고화질)
'지기지우(知己之友)'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일 선물 (0) | 2011.03.28 |
---|---|
▶ 선탄노파(選炭老婆) 타령 (0) | 2011.01.22 |
* 4.0 (0) | 2010.12.29 |
* 컵 (0) | 2010.10.31 |
* 딸의 패션쇼 (0) | 2010.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