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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토막컴

 

'A brief log in'으로 말할 수 있으려나?
토막 컴을 해야 한다. 다시 또 스스로 훈련을 해야 한다.
지난 세월 꽤 오랫동안 토막잠을 활용(活用)했었다.
밤을 낮 삼아 일하던 때는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어디서나 잠을 잘 수 있었다. 피곤한 데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은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황소보다 더한 지구력으로 한 덩치 하는 자들도 견디지
못하는 작업량을 거뜬하게
해 치우곤 했다. 그들보다 강한 정신력과 아무것도 아닌 것
을 아무것으로 만들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에. 

매입처나 내가 대리점을 하던 삼정식품 본사에 거의 매일 들렀는데.
경리 또는 여직원에
게 MISS 김(예전에는 이런 호칭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뺨 맞는다. 호칭은 바뀌었는데
아직도 자신의 정체성도 모르는 여성들 많다.)
     "나 몇 분 후에 깨워줘~"
부탁을 하곤 소파에 앉으면 거짓말같이 1분도 안 걸려 코를 골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고
5분~15분 정도 정해 놓은 시간에 깨우면 정확하게 일어나 
'저게 잠자던 사람인가?' 할
정도로 팔팔하게 뛰었다. 
단잠은 보약 중의 보약이었다. 토막잠을 자고 난 후면 너, 댓
시간은
마치 아침에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몸의 기능이 울근불근 그야말로 뿌듯하고
뻗치는 '쌍ㅂ'의 상태로 환원되곤 했다.
그렇게 살았다. 일이 좋아 일에 미쳤고 돈은 자
연스레
지가 알아서 기어 내 호주머니로 들어오곤 했다. 이놈들이 서로 못 들어와 안달
할 정도였다.

 

군대에서 그 바쁜 중에도 진중문고 같은
단행본을 일주일에 두어 권 이상은 봤다.
공부한다고 남폿불(전방에 1년 동안 전기가 없었다 ) 밑에서
남의 불침번까지 서 주며 영어신문 쪼가리를 주워 보고 그랬다.
검열이 나오면 조순의 경제학원론 같은 책은
다이너마이트 박스에 숨겨 산으로 피신시켰다.
그때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은 바쁠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시간에 쫓길수록 이룰 수 있는 것도 많더라. 시간이 펑펑 남아돌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5.25인치 디스켓이 장착되어 있다. 3.5인치는 그 뒤에 나왔다.

이제 그 비결을 컴의 활용에도 적용해야겠다. 이름 하여 토막 컴이다.
살아오며 크게 이룬 것은 없어도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많이 했다.
앞으로도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해도 나는 또 많은 것을 시도할 것이다.
죽을 때까지 매조지 하지 못하더라도.

                                                                                  2006. 09.26

그림: 매조지 DB-DC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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