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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雜同散異

* 우공이산(愚公移山)

 

286쪽에 불과한 읽기 편하고 그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책이다. 얄팍한 책이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봐도 되는 책은 아니다. 사실, 그림 감상은 단 한 편을 볼 때도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생각이 필요로 하지 않은가?
 소문난 무지렁이인 내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위의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서비홍의 우공이산이란 그림과 글쓴이의 해설, 즉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서비홍, 「우공이산」종이에 채색,144*421cm, 1940년, 서비홍 기념관

 

 그의 강건한 삶의 철학을 대변해주는 작품이 「우공이산」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의 이 작품은 1940년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때 인도에서 그렸다.『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역시 옛 고사를 빌려 현재의 시대상황을 얘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그림의 내용은 대가 이러하다. 

 태행산과 왕옥은 둘레가 700리나 되는데 원래 기주 남쪽과 하양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때 북산에 살고 있던 우공(愚公)은 나이가 구십에 가까웠는데, 이 두 산이 가로막혀 있어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하여 산을 옮기기로 하였다. 나이도 많은데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친구가 비웃자 우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이 말을 듣고 놀란 것은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두 산에 살고 있는 산신령이었다. 산이 없어지면 산신령의 터전도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산신령은 곧바로 옥황상제에게 올라가 우공을 말려줄 것을 호소했다. 얘기를 다 들은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그의 두 아들을 시켜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어렵게 보이는 일이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면 마침내 끝을 볼 날이 있으리라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비록 지금 중국 사람들이 항일투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계속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초벌그림만 30여 벌을 그린 서비홍은 1939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했을 때, 간디를 만나게 되었는데, 간디를 보고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우공의 화상이 잡혔다고 한다. 전통회화의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붓에 함유된 농담 또는 채색의 강약으로 그리는 기법)과 선염법(渲染法, 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기법)이 서양화의 명암법과 해부학적인 지식과 만나 웅장한 감동을 엮어낸다. 쇠스랑에 온 힘을 실어 산을 파고 있는 건장한 남자들의 벗은 몸과 그들이 지켜야할 노인과 여인과 밥을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면서 감상자들의 눈길은 동과 정의 대비 속에 간디를 닮은 지혜로운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서비홍은 창작의 소재들을 많은 부분 유가 경전이나 고사성어에서 찾았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그의 회화정신을 '표현에서는 고전주의이며 내용에서는 영웅주의'라고 정의하였다. 영웅주의는 '그의 이상 속에 자리하고 있는 호방한 기백과 초월적인 영혼에 대한 갈망'을 드러냄을 뜻한다.

 

◆ 서비홍의 우러를 정신이 깃들은「우공이산」을 보면서 저런 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는 중국은 대국이란 생각을 한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일본 측에서는 대동아 전쟁이라 부르며 제2차 세계 대전의 일부)을 벌린 일본의 압박에 당시 7억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중국에 2천만 남짓한 인구였던 조선의 안중근 선생 같은 걸출한 독립운동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중국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이고, 그 갭은 절대로 메울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민족의 위대함이 여기 있다.

 

 이 그림을 본 것이 오늘 처음은 아니나, 역동적인 말의 모습에 매료되어 프린트하여 걸어 놓고 있다. 
세월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지만, 그림 속의 말처럼 생명을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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