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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 경찰- 그 멋진 이야기 5

백피(白皮)

제목에 표기했듯 '피'가 껍데기를 나타내는지 또는 볏과의 일 년 초로 습한 곳에 자라는 잡초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친구 아닌 친구로'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던 놈 중에 '백피'가 있었다. 그게 그의 닉네임인지 별명인지 그를 상징하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경찰과 관계된 일 중에 실제로 겪은 일만 해도 한참 할 수 있는데 요즈음에 '경찰-그 멋진 이이기를 4 에서' 끝내고 쥐 죽은 듯 있는 것은 나와 친한(?) 어떤 애가(사실은 50줄이다.) 아버지가 경찰이었다는 것과 자꾸 그런 이야길 하다 보니(여기서 풀어놓는 이야긴 내 생활의 극히 일부분인데 그것이 다인 것처럼 느끼며 읽는 이의 시선과 그럼으로써 내가 사회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인간으로 오도되기에) 삼가고 있었다.


오늘 오랜만에 (몇 년 만에) 미아리 고갤 넘어서 혜화동 쪽으로 해서 을지로 5가에 다녀왔다. 길마다 너무 많은 추억이 있다. 의지로서가 아니라 감성으로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각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90년에 들어서기 바로 전이었다. 명절에 추석이었을 것 같다.
큰 집에 인사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삼양동 쪽에서 미아리 고개를 넘던 중이었다.
다리 아래는 정릉으로 빠지는 길이다. 다리를 막 지나쳐 고개 중턱쯤에서 룸미러로 보니 교
통순경이 손짓 하는
것이 보였다. 아내가 말해서 알았던 것 같다. 교통이 부르든 말든 지
나쳤으면 그냥 가면 될 것을 그때나 이제나 세
상 살면서 꿇리는 짓을 안 하고 살려고 노력하
고, 특히나 교통관계에서는 (자발적인 준법)을 하는 측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짓이었다. 한 50여 미터 이상을 후진 해서 그 치와 시시비빌 가린 거다.

 "여보, 내가 잘못이 있다면 그냥 갔지, 굳이 후진해서 당신과 옳고 그름을 따지겠소." 
 "내가 틀림없이 봤다고요. 당신이 신호위반하고 지나치는 것을..,"

운운하며 옳고 그름을 따졌다. 정릉 쪽에서 미아리 고개 쪽으로 빠지는 어떤 업소에 그의 아
지트 같은 곳이 있었는
데 (교통순경 중 일부는 그들의 아지트가 있다.) 거기까지 가서 한참을 다투다 결국 딱지를 끊고는 그도 미안해 하여 통성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때, 생업의 주 터전이기도 했던 도봉구, 성북구, 동대문구, 중랑구 등의 일부였기
에 가끔 마주쳤다.
당시에는 교통들이 6개월 단위로 관내에서 순환근무를 했다. 고대 앞이
고, 종암경찰서 쪽이고, 근본적으로 시비
거릴 만들지 않는 주의지만 운전 중에 언제나 원칙과 준법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더라. 오히려 위반인지 뻔히 알면서 하는 것은 걸리는 확률이 낮다. 잘 모르던가 무심코 위반 할 때는 십상 걸리지만.

어쨌든, 전경은 물론이고 교통순경과 시비를 가르기 애매모호할 때, 

"여보, 나 (백피) 친구야'

그러면 성북구 관내에서는 거의 통과였다.
좋은 사례는 아니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사는 만사'라고 했던가?


뱀다리.
법을 잘 지키고, 어쩌고 하는 매조지도 옛날에 [안기부]에 근무하던 친구 놈 따라 인근 파출
소에 차 갖다 맡기고
코가 삐뚤어지게 술 마신 적 있다. 권불십년이란 '힘의 위력을' 맛보면
서.
또 한번은 군대 동기인 모 경찰서 정보과 형사와 그의 경찰 동기인 가락 4파출소장과 그
들의 상관이며 우리 대대
휘하의 수색소대장이었던 사람과 가락동 관내의 룸에서 2차 가능
한 아가씨들과 술값도 안 내고 마시는 횡포가 스
스로 부끄러워 2차는 마다하고 혼자 돌아왔
다. 집에 가는 길에 술김이었을 게다. 중화동 한국관 옆 영화관 지하에 신장개업한 룸에서 3차로 혼
자 술 마시고 술값 바가지가 심해 조폭 정도되는 지배인과 다퉜던 기억도 있다. 술값을 치르다 심한 바가지를 조목조목 따지니 술 마시던 룸에 주먹이 내 주먹의 두 배는 되는 놈을 불러 내 옆에 앉게 하고 사장인지 지배인인지 하는 치가 앞 자리에 앉아 시비를 가르게 됐는데 협박을 하는 그들에게 그랬다 그자의 주먹을 쓰다듬으며,

'물리력만 힘이 아닌 것 알아야 해! 세상을 이 나이만큼 살면 당신만한 힘은 다 있는 법이야.'라고 했다. 
그들도 신장개업 중이었고 관내에서 시끄러워져 봤자 좋을 일 없고 하니 내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근데, 세상사가 재미있는 것은 소위 행동대나 기도를 보는 놈들은 덩치가 산만 한데 중간 보스나 두목 급은 보통 체격이란 점이다. 그러니, 허허벌판에서 딱 둘이 마주친 경우가 아니면 어쭙잖은 양아치는 그리 두려워할 상대는 아니다. 같이 망가지는 것을 삼가야 할 경우는 빼고..

인간은, 매조지는 언제나 이렇게 이율배반적인가 보다. 아무
튼, "백피' 그게 잡초든 흰 껍데
기든 몇 년은 잘 써먹었다.
지금도 그가 경찰이라면 경찰청 등의 인사부서에 그를 확인하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박*주'라는 1985년 당시 삼선교 파출소장 하던 경찰대학 출신의 경위도 잘 안다. 지금은 고위간부가 됐겠지. 그러나 난 그들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기에 굳이 찾질 않는다. 보통 때는 살붙이보다 더 가깝지만,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얽히면 당장 안면 몰수다.

난, 노무현 대통령의 딱 하나만 보고 찍었다.
장인이 좌익이었고,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그가 당한 불이익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 연좌제 등의 악법으로 마음고생 등이 얼마나 심했으랴. 그랬음에도 유세 중에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는 뜻의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를 아무리 사랑한다손 쳐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똑똑하고 야짓바른 치들은 많지만, 당장 닥치는 불이익과 (심지어 자신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지라도) 당차고 떳떳하게 아낼 사랑하고, 아낼 버릴 수 없다는 그 용기와 그 사랑과 그 당당함에 매료 되었다.

기회는 없었지만,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기에...
남들이 볼 때 하찮은 상대라도 내가 사랑하
는 여인을 위하여, 아내를 위하여 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사람됨과 정말 생명 있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아내를, 어떤 여인을 사랑했었다.


2006/12/27



그림:D/Data Craft/DC055 Experiment & Research Images [실험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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