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M 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느 동네나 마찬가지로 길 양옆으로 빼곡하게 주차돼 있는 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그때, 전방에 자전거를 탄 40대 정도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클락숀을 거의 쓰지 않기에 그냥 계속했다.
어차피 차량의 소음으로 뒤에 차가 좇아오고 있음을 충분히 알 테니까.
그런데 웬일인지 옆으로 비키질 않고 계속 달린다.
고3인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인데 학교 끝날 시간이 가까워 마음이
바쁘긴 했다. 그렇지만 그냥, 마냥 서둘지 않고 따라갔다.
문득, ‘노루’ 생각이 났다. 사슴과 동물 말이다.
전방에서 군생활 중 야간운행 중인 차 옆에 타고 가다보면
(병참 업무라 차량 탑승 기회가 많았다.) 노루와 자주 마주치곤 했는데
놈은 옆으로 빠질 생각을 못하고 라이트 불빛을 따라 냅다
앞으로 뛰기만 했다. 그러기를 한참 하다 겨우 정신을 수습한 후에야
옆으로 빠지곤 했다.
앞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인을 보면서 노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4분을 더 좇아가면서 여인의 뒷모습, 특히 엉덩이를 감상했다.
엉덩이가 노루의 그것과 사뭇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윽고 그녀가 옆으로 비켜섰을 때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환하게 웃으며 내가 말했다.
“뒷모습을 오래 보여 주어 감사합니다. 특히 풍만한 궁둥이를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여인이 말했다.
“비킬 수가 없었어요. 자전거 초보거든요.”
다시 한 번 내가 쐐기를 박았다.
‘아무튼 보여 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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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성희롱이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살아가면서 우리 나이 때에서
이 정도의 농도 놓지 못하며 산다면 사는 재미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다.
글:매조지 그림:D:고화질/고화질 디지털 이미지 [사물]
2004/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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