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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 복수(復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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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쯤 된 이야기다.
형님이 몸이 약하셔 변변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지금은 성당 일을 주로 보신다. 성수동의 무슨 공장에 취업했던 적이 있다. 도대체 누구와 다툴 줄 모르는 심약한 분이다. 형님보다 나이도 상당히 어린놈들 대여섯 명에게 밤새 몰매를 맞은 것이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기가 찼다. 놈들은 이미 도망친 뒤였다. 동생과 나는 한 놈의 이름밖에, 모르는 상황에서(공장에서도 인적사항을 알려 주지 않았다.) 성수동 일대의 공장을 수소문하고 돌아다녔다. 밤에는 얼굴도 모르는 놈을 잡으려고 잠복도 했다. 몇 날 며칠을 그러고 다녀도 소득이 없었다. 사법권이 없기에 깊숙하게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법권이 있어도 힘든 일인데..,

형사라고 좀 아는 민완 형사(敏腕 刑事)가 있었다. 동부 소속이었다. 내 동기 중 지금 현직에 있는 어쭙잖게 이름만 형사인 아이들과는 눈빛부터가 다른 사람이었다. 그에게 부탁했다. 친분관계로 흔쾌하게 들어줬다. 그가 비번인 날엔 그를 앞세우고 발자국을 더듬어 쫓았다. 사법권의 힘은 강했다. 인적사항이 파악됐다. 부천의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단 첩보까지 입수했다. 엄 형사의 차로 부천으로 날아갔다. 얼굴확인을 위해 형님과 작은 매형과 나와 엄 형사 이렇게 넷이었다.
 부천의 공장 사무실에 앉아서 놈을 불러오라고 하며 잠시 이야기하는 중에도 엄 형사는 남달랐다. 사주경계가 치밀했다. 아니나다를까 놈은 낌새를 차리고 사무실을 비켜 도망을 시도했다. 엄형사가 잽싸게 찍어 눌러 쇠고랑을 채웠다. 겨울이었다.  발목이 빠지는 눈발을 헤치며 놈과 한패인 자들을 잡으러 충남 서천까지 내달렸다. 천안까지 가서 눈이 너무 심해 천안 역전 파출소에 차를 주차하고, 경찰관 신분을 밝히니 협조를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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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까지 내려가는 차 안에서 수갑이 채워진 놈에게 폭행을 가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다.
 정당하게 싸움을 하다가 그랬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나이도 대 여섯 살씩 아래인 놈들이 여럿이서 큰 형님뻘인 형에게 밤새 몽둥이질을 한 것을 생각하면 찢어 죽여도 시원찮았다. 그래도 천안에서 밥은 시켜 줬는데 놈이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수갑채운 손은 옷가지로 가려서 열차로 서천까지 갔다. 열차에서도 놈을 괴롭혔다. 놈들은 동네 친구였다. 밤
10시나 되어 도착했다. 눈은 발목까지 빠졌다. 초가집 한 곳에 가서 ***하고 이름을 불렀다. (이름이 생각 나지 않는다. 난 이럴 때 '실명 같은 가명'이란 부언(附言)을 붙이며 실명을 밝힌다. 명예훼손 고소해라. 언제든 응하겠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놈은 저지른 짓이 있으니 본능적으로 내빼려다 잡혔다.
부모는 뭔 죄가 있는가? 날벼락을 맞은 놈의 부
모를 뒤로하고 서울로 압송했다. 동부서에 감치(監置)하고는 관련된 놈들을 줄줄이 잡아 기소했다. 물론 비번 날이라고 해도 사적인 수사를 한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그땐  위법을 따질 생각도 없었다. 아마, 엄 형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꽤 오랜 기간 생업도 저버리고 매달렸
을 터이다. 이게 다~ 5~6학년 때 소사가 내게 키워준 참을성과 끈질김을 가르쳐 준 덕일 거다. 도둑질.) 

  "인생을 잘못 사는 인간 뒤엔 반드시 잘못된 부모가 있다."라는 것을 그때도 절실하게 느꼈다.
자식들의 잘못된 행태를 탓
하고 꾸짖으며 죄의 대가를 받게 하고 피해자에게 백배사죄를 하여야 함
에도 적반하장으로 형제란 것들의 협박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웃기는 자들이 매조지를 우습게 본 거다. 어머니가 걱정 하시긴 했지만, 초지일관 법대로 했다.
 아마, 나의 약점인 강하게 몰고 가다가도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면 맥없이 주저앉아 이해관계는 물론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을 놈들은 몰랐던 것이다. 15년 정도가 지난 다음에 나의 치명적인 약점인 인정에 약한 부분과 마지막에 맥없이 무너지는 성정(性情)을 보완하
기 위한 자구책으로 매조지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그런데 관성의 법칙인가? 아직도 그 부분이 부족하다.           

                                                                                2006. 09. 10.


글: 매조지   그림: 매조지 DB/ Catalog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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