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일이다. 번동에 드림랜드가 있다. 미아삼거리 창문 여고 쪽에서 진행하면 왼쪽에 드림랜드가 있다. 드림랜드를 지나 좌회전하면 수유리와 4.19 탑 쪽의 북한산 입구를 갈 수 있다.
계절이 요맘 때쯤이고, 어둠이 사위(四圍)를 둘러쌀 때쯤이다. 드림랜드 지나 큰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100M쯤 진행하는데 한덩치하는 사내가 작은 여자를 밀치며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승용차가 한 대 세워져 있고 사낸 경찰 정복을 입고 있었다. 급히 차를 세웠지만 한참 지나서 멈출 수 있었다. 급히 달려갔다. 나보다 머리통 반은 더 있는 사내는 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상대여성에게 '쌍ㅅ'을 퍼부으며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눈물, 콧물로 범벅되어 힘겹게 맞서고 있었고 통행량이 꽤 많은 4차선 도로인데도 차들은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여자는 쩔쩔매고 있었다.
내가 사내에게 다가가서 그랬다.
" 뭐 하는 겁니까?"
사내가 말했다.
"부부 싸움 중이니 그냥 가세요."
다시 내가 말했다.
"부부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댁은 경찰관 정복을 입고 있는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운전하며 지나칠 땐 당신이 부부싸움 중인지 공무수행 중인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정복 윗도릴 벗고 하던지.., 그리고 부부 싸움이라도 길에서 여자에게 폭력까지 쓰는 건 심하지 않으냐"라고 나무랐다.
여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부부인지 뭐로 알 수 있느냐고 따지니, 사내가 자기 아들에게 물어보라며 길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를 가리킨다. 그제야 시선을 차에 두니 열서너 살 먹은 아들이란 놈이 조수석에 앉아서 엄마, 아빠의 활극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새끼! 아들 맞아?'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 아비라는게 자기 앞에서 어미에게 막말과 폭력을 행사하는데 태연하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아이에게 물었다.
"네 엄마, 아빠 맞느냐?
"예~"
기가 찼다. 사내에게 그랬다.
"여보, 경찰 정복을 입고 하는 행동은 더 주의해야 하는 것 아니오?"
아마, 사내가 그래도 의식은 조금 있었는가 보다. 경찰복을 입고 있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가정 폭력범을 법으로 다스리는 수준도 아닌 터에 제삼자가 참견하면 내게도 험하게 굴었으리라. 하지만, 북부경찰서 소속이라는 그 치는 민중의 지팡이라는 공무원의 자격은 없지 않은가?
경찰에 대한 애정과 바람이 큰 나지만 어떨 때는 그들의 경직된 자세와 한심한 의식구조.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에 큰 회의를 느낄 때가 잦다.
글: 매조지 그림: 매조지 DD/ Catalog 23/Cyb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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